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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대학로 가기 싫다고 (집에 있고 싶어), 연극 보기 싫다고(내가 관심 없는 건 안봐), 당일날 일정이 있다고 알려주는 건 안본다고 (나도 나만의 일정이 있다고) 방바닥에 누워 떼쓰는 16살 서영이를 데리고 가서 본 연극이다. 

 

이찬란이라는 주인공이 나의 삶이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세상은 상처를 받기고 하지만 용기내서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갈 것을 다짐것으로 끝나는 청춘 로맨스 연극이다.

네이버 웹툰의 원작인데, 웹툰을 보지 않았지만 극의 자연스러운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서영이랑 맨 앞줄에서 봤는데, 맨 앞줄이 무대와 연결되어 있어서 배우들이 표정과 말소리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볼 수 있었다. 떼쓰는 서영이를 데리고 온터라 지루해하지 않고 연극을 보니 무겁던 마음도 조금씩 풀어졌다.

 

토요일 7시, 10월에 행사가 많은 주말이라 객석은 반도 차지 않았는데, 배우들이 적은 관객들하고도 호흡을 맞추며 열연하는 모습에 끝까지 집중해서 본 연극이였다. 그리고 간만에 캐스팅이 정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 연극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남편에게 연락하는 걸 잊고, 배고픈 서영이와 즉석 떡볶이를 먹으러 가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집에 왔다. 그래도 예전보다 이런 상황에서 화를 덜 내고 또 금새 화를 푸는 남편을 보면서 남편이 예전보다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그에 비해서 덜 변한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였다. 

 

누군가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화내고 기분을 풀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가족이란 이런 순간들을 예고 없이 마딱들이면서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면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1년 동안 나는 자책을 덜하고 화가 날 때 화를 내면서 살고 있다. 

괜찮다,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요청하고 싶을 때, 요청도 당당히 하고.
그러니 좀 더 마음이 가볍고 건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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